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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부터 문과인의 IT창업기

앱창작터 안드로이드 개발과정 중 페북에 남긴 소회

정식발령 첫날, 업무를 가르쳐 주시려 옆자리에 서신 과장님의 첫 질문.

"엑셀 할 줄 아니?"

난 솔직히 몰랐지만 대학 교양수업때 땄던 MOS자격증(실무 능력과는 아무 관련없는)을 입사지원서 자격증란에 적었던게 떠올라 ... 

"네, '조금' 할 줄 압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래? 그럼 아는 함수있니?"

순간 딱 한 개의 함수가 생각났다. 그건바로 SUM. 하지만 달랑 하나 안다고 대답하기가 부끄러워서 이렇게 대답했다.

"네, SUM 처럼 기본적인 것들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1부터 100까지 더해볼래?"

"네"

대답과 함께 자신있게 키보드를 두드리자 마자... 과장님은 조용히 자리에 앉으시며 말씀하셨다.

"처음부터 배워야겠구나 일단 엑셀책부터 사서 봐."

.....


SUM함수 앞에 ' = ' 을 빼먹었던 것이다 ㅠㅠ

.....


물론 백지 상태의 신입에게 사업부의 일일실적 데이터 뽑기와 공지 업무를 던져주는 전략팀의 전통적 인수인계 덕에 어쩔 수 없이 엑셀은 늘 수 밖에 없었지만...

이처럼 난 컴퓨터,전자,기계 쪽엔 전혀 무관심했던, 오히려 멀리했던 어쩌면 두려워했던 종족이었다.

그랬던 내가...요즘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공부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쪼는 상사도 없으며
훌륭한 개발자인 김CTO가 있기에 내가 반드시 개발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기획과 경영,영업을 담당한다 해도 명색이 it회사의 CEO로서 적어도 대략적인 개발 로직이나 용어 정도는 알고 있는게 기본이란 생각을 했다.

이런 고민 중에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인 '스마트 앱 창작터'에 합격하여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 주 앱 기획과정을 수료하고 금주 안드로이드 개발 과정까지. 주독야경의 생활 중이다.

그래서 수업은 들을만 하냐고?
기획과정은 그래도 하던 가락이 있어서 비교적 능숙하게 팀 프로젝트를 리딩했다 자평한다.
개발 과정도 워낙 기초 과정이기도 하니 생각보다 수월하~~

~긴 커녕 솔직히 멘붕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에 기본이 되는 '자바'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갈수록 더 따라가기 힘들다. 마치 아랍어로 대화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때도 있다.

그래도 그냥 듣는다. 용어라도 친숙해지면 그게 어디냐 싶어서.
오늘은 사무실에 돌아와서, 코딩하느라 바쁜 김CTO에게 1:1 과외를 받았다. 이해 안가던 부분들이 조금씩 밝아진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몰랐던 지난 주 보다 내 자신이 발전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했다.

뼛속까지 문과DNA의 it창업기.

지금은 비록 개발 기초에도 헐떡이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1년이 흐르고 2년이 흐른 뒤에 난, 내공 쌓인 it 벤처CEO 이리라.

이래서 인생은 참 재미있다.



P.S) 오늘 보니 김CTO 엄청 잘 가르친다. 앞으로 개발자는 완전 신입 뽑아서 김CTO가 교육하는 걸로~ㅎㅎ